기사제목 조연에서 주연으로..전북 현대 골키퍼 ‘홍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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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에서 주연으로..전북 현대 골키퍼 ‘홍정남’

기사입력 2017.03.2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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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뒤늦게 주연으로 올라서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배우는 오랜 시간에 걸쳐 단역과 조연을 거친 후 늦은 나이에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어떤 가수는 기나긴 무명 생활 끝에 스타 반열에 오르곤 한다. 우리 주변만 봐도 고생 끝에 낙이 온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각 팀마다 11명만 경기장을 누빌 수 있는 특성상, 주전 선수의 그늘에 가려져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후보 선수가 있다. 그 중에서도 후보 선수에게 끝없는 기다림을 요구하는 포지션을 꼽으라면 골키퍼일 것이다. 심지어 확고한 주전 골키퍼가 있는 팀이라면, 후보 선수는 영영 주전이 되지 못한 채 은퇴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부터는 홍정남(30)이라는 프로 11년차 골키퍼를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가 되어서야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그는, 기다림과 인고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선수 중 하나이다. 도대체 얼마나 견뎠기에 소개까지 하느냐고? 그가 걸어온 프로 인생을 잠깐만 살펴보면 된다. 

전북현대모터스 공식홈페이지2.jpg▲ 출처 : 전북현대모터스 공식홈페이지

국가대표 수비수 홍정호의 형이기도 한 홍정남은 지난 2007년에 전북 현대에 입단했다. 전북의 전성기를 모두 함께한 그였지만, 단 한 번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권순태라는 불변의 주전 수문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홍정남이 전북에 몸담은 시간은 군복무 기간을 빼더라도 무려 8시즌이나 된다. 하지만 권순태의 그늘에 가려진 그는 8년 동안 단 10경기에만 출전했다. 10경기라니, 평균을 내면 1년에 1경기도 나서지 못한 셈이다.

그렇게 8시즌을 보내고 9년차에 접어든 홍정남에게 드디어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권순태가 전지훈련 기간에 이적을 한 것이다. 자연히 주전 골키퍼의 상징인 등번호 1번은 비게 되었고, 전북 팬들은 새로운 골키퍼의 영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과 최은성 코치는 골키퍼의 영입을 추진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등번호 1번을 홍정남에게 선사했다. 이 소식은 선수 영입보다 더 큰 뉴스거리가 되었을 정도다.

사실 최강희 감독과 최은성 코치는 주전 골키퍼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둘의 마음을 홍정남이 직접 돌려세웠다. 홍정남은 최은성 코치에게 등번호 1번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 무게를 알 터임에도, 먼저 찾아와 말했다는 건 홍정남의 각오가 얼마나 남달랐는지를 보여준다.

전북현대모터스 공식홈페이지.jpg▲ 출처 : 전북현대모터스 공식홈페이지

최강희 감독보다 더 가까이서 골키퍼들을 지도해 온 최은성 코치는 홍정남을 주저 없이 주전으로 추천했다. 홍정남이 얼마나 오랫동안 묵묵히 준비해왔는지 두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긴 세월 한을 품고 칼을 갈아온 홍정남은 단 한 번도 게으름이 없었다. 끊임없는 자기 관리와 훈련으로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이 순간에 대비해왔다.

홍정남은 올해 K리그 개막 경기부터 전북 현대의 골문을 지켰다. 그리고 보란 듯이 ‘미친’ 활약을 하며 권순태의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다. K리그 3라운드까지 전북은 단 1골만 내줬고, 그 마지막 저지선에는 홍정남이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 인천유나이티드전에는 더 많은 유효슈팅에 페널티킥까지 내줬음에도 끝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프로에서 그저 운이 좋았다는 말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인내와 한의 세월, 그럼에도 노력에 열정을 더한 그의 삶이 주전 골키퍼로의 도약을 이끌었다. 준비되어 있었기에 기회를 잡았다는 게 맞으리라. 

이제야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게 된 홍정남의 축구인생. 한편으로는 주인공으로서의 첫 발걸음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기다림 끝에 꿈을 이룬 그이기에 지금의 시간이 얼마나 절실할까. 홍정남이 권순태의 뒤를 잇는 전북의 기둥이 되길, 그의 축구인생 마지막은 꼭 해피엔딩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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